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남자’도 맞아야 한다고?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남자’도 맞아야 한다고?
  • 김용인 기자
  • 기사입력 2019.11.22 09:00
  • 최종수정 2019.11.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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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스스로의 몸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질병으로 여겨지던 자궁경부암의 예방접종을 남성들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성들의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는 한편, 지난해 한 방송에서는 웹툰작가 김풍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일하게 예방이 가능한 암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자궁경부(자궁의 입구)’에 생기는 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는 62071명이고, 하루 평균 2~3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했다. 그중 20대 환자는 20142041명에서 20183370명으로 65.1% 증가해, 점점 젊은 여성에게까지 번지는 추세다.

발병원인은 흡연과 성생활 등으로 다양하지만,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핵심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세계보건기구(WHO)1994년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원인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한다면 암 발병 또한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존재하는 유일한 암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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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예방접종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탓에, 남성들 사이에선 여성만 주사를 맞으면 될 일이 아니냐는 반문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남성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 시 가려움과 통증, 출혈을 동반한 성기 사마귀(곤지름)’가 나타나는데, 완치가 어려워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음경암이나 항문암, 편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 최악의 경우 음경이나 항문을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라는 이름이 잘못 붙여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이 병이 남성에게도 위험함을 경고하면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라는 형태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HPV 관련 예방접종으로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만원이 뉘집 개이름인가

남성들이 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또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총 세 번의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가장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가다실 9가 백신의 접종 비용은 1회당 20만원 수준으로 총 60만원이다.

여성들은 정부 지원으로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남성들의 입장에선 와닿지도 않는 병을 예방하기 위해 60만원을 써야하는 셈이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남성에게도 무료로 지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때문에 정부의 제도가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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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산부인과로 갈 필요 없어

고심 끝에 접종을 결심한 남성들에게는 한 가지 관문이 더 남아있다. 바로 세 번이나 산부인과에 드나드는 것이다. 허나 이 역시 오해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이비인후과나 소아과, 심지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과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신은 나이에 따라 효과의 차이를 보인다. 예방접종을 받기 가장 좋은 나이는 만 15세에서 17세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최대 55세까지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결심이 섰다면 하루라도 빨리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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