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그리고 코셔 율법 이야기(6)
유대인, 그리고 코셔 율법 이야기(6)
  • 김정완(탈무드 원전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04.01 15:00
  • 최종수정 2020.04.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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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코셔가 아니지만 벌꿀은 코셔인 이유

[헬스컨슈머]코셔 율법을 지키는 유대인들은, 코셔 곤충이 아닌 꿀벌의 부산물인 벌꿀을 먹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곤충에 관한 코셔 율법을 먼저 살펴보자. 곤충에 관한 코셔 규정은 레위기 11:20-23에 등장한다.

 

[꿀벌은 먹을 수 없는 곤충]

"날개가 있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곤충은 너희가 혐오할 것이로되 다만 날개가 있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모든 곤충 중에 그 발에 뛰는 다리가 있어서 땅에서 뛰는 것은 너희가 먹을지니 곧 그 중에 메뚜기 종류와 베짱이 종류와 귀뚜라미 종류와 팥중이 종류는 너희가 먹으려니와 오직 날개가 있고 기어 다니는 곤충은 다 너희가 혐오할 것이니라."

이 규정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대부분의 곤충을 먹을 수 없지만 귀뚜라미 종류, 여치 종류, 메뚜기 종류 등에 한해 먹을 수 있다. 실제로 신약성경에는 세례 요한이 메뚜기와 석청(石淸), 즉 야생 꿀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예수께 세례를 하는 세례 요한, 작자 미상,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리스도께 세례를 하는 세례 요한>, 작자 미상,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세례 요한의 일탈(?)]

누가복음 1:6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더라."와 마태복음 3:4 "이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음식은 메뚜기와 석청이었더라."라는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꿀벌은 먹을 수 없는 코셔 식품인데, 꿀벌이 만들어낸 꿀은 그럼 코셔 식품일까?

여기서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각 동물의 부산물에 관한 코셔 규정이다. 보통 코셔 율법의 일반 원칙에 따르면, 코셔 동물에게서 나온 것만 코셔로 인정받게 돼 있다. 예를 들면, 젖소에게서 나온 젖은 젖소가 코셔이기 때문에 코셔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말젖은 그렇지 않다. 말은 코셔가 아니므로, 말젖도 코셔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달걀은 닭이 코셔이므로 코셔로 인정받지만, 타조알의 경우 타조는 코셔가 아니므로 코셔로 인정받지 못한다. 새끼도 마찬가지다. 코셔가 아닌 동물에게서 난 새끼는 먹을 수 없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벌꿀은 도대체 코셔인가 아닌가]

그렇다면 벌꿀은 어떤가? 꿀벌은 코셔가 아니므로 벌꿀도 코셔가 아니어야 한다. 그렇다면 석청을 먹은 세례 요한은 코셔 율법을 어긴 것인가? 석청은 산속의 나무나 돌 사이에 석벌이 모아 놓은 야생 꿀을 말한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굉장히 고급으로 치는 음식이다.

세례 요한은 AD 1C경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경건주의자들의 모임인 에세네파 소속 정통 유대인이며 예수님을 메시아로 예언한 뛰어난 예언자였다. 그런 그가 코셔가 아닌 석청을 먹어서 코셔 율법을 범했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세례 요한은 코셔 율법을 온전히 지켰다. 아마도 세례 요한이 코셔 율법을 안 지켰다면 유대인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을 것이다. 코셔 율법은 유대인들의 정체성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꿀은 벌이 아닌 꽃이 만들어냈다’ =>’먹어도 된다!’]

사실, 유대 랍비들은 벌꿀을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다. 그 기록이 탈무드(Bekhorot 7b)에 남아 있다. 일부 랍비들은 벌꿀은 코셔로 인정받지 못하는 꿀벌이 생산한 것이므로 코셔로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에 맞선 랍비들은 벌꿀은 꿀벌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꿀은 원래 꽃에서 나왔으므로 코셔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다(코셔 규정에 따르면 모든 식물은 코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후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벌꿀은 코셔로 인정받게 되었다. 꽃은 식물에 속하니 코셔이고, 그 부산물인 꿀도 코셔다. 꿀벌은 단지 그 꿀을 가져다 나른 용기에 불과하니 꿀벌이 비록 코셔가 아니지만 벌꿀은 코셔인 것이다.

벌꿀과 같이 원래 동물에서 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코셔로 인정받는 식품들도 여럿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루왁커피다. 루왁커피는 커피콩을 삼킨 사향고양이의 대변에서 커피콩만을 골라내 만든, 고급 커피 중 하나다. 사향고양이가 코셔가 아니므로 루왁커피도 코셔가 아닐 것 같지만 벌꿀에 적용된 원칙에 따라 코셔로 인정받는다. 커피콩은 사향고양이가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코끼리 똥에서 추출한 커피콩으로 만든 블랙 아이보리(Black Ivory) 커피도 코셔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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