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고래와 울산) 46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고래와 울산) 46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20.06.23 09:00
  • 최종수정 2020.06.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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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우리 한민족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보듯이 길고 긴 고래잡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동해를 일컬어 고래가 많은 바다 곧 경해(鯨海)라고 하는 기록이 있는데, 원나라와 명나라에서도 동해를 경해로 불렀다고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주권도, 고래도 침탈당하던 시대]

19세기 초반 세계적으로 고래 기름 채취를 위한 포경산업이 활발해지면서 북태평양과 대서양에서 남획으로 고래잡이가 힘들어지자 19세기 중엽부터는 긴 수염고래· 귀신고래, 혹등고래 같은 대형고래가 많이 살던 동해에 열강 포경선단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러일전쟁 후 일본이 우리나라 연안의 포경권을 러시아로부터 이어받아 많은 고래를 대량으로 포획하는 통에 동해안 고래의 개체 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때 이후 일본의 과도한 포획으로 인해 우리나라 동해바다에 서식하던 참고래와 귀신고래의 씨가 말랐다. 귀신고래는 서태평양 쪽 회귀 해면에서 엄격한 보호와 감시로 어느 정도 개체수가 회복되었으나 참고래는 지금까지도 심각한 멸종위기 종으로 몰린 상태다.

우리도 해방직후 울산 장생포를 중심으로 고래를 잡기 시작해, 포경이 금지된 1986년까지 잡았다. 1960년대까지는 대부분 길이 15m에 이르는 참고래를 잡다가 개체수가 줄면서 1톤 크기인 밍크 고래로 바뀌었다. 당시 고래 고기는 돼지고기보다 싼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던 서민 음식이었다.

 

[고래라는 동물]

고래는 지능이 높은 동물로 대부분 1부1처제를 유지하며 부부애와 가족 사랑도 투철하다고 한다. 포경업자들에 따르면 수컷을 쏘면 암컷 고래는 새끼를 데리고 멀리 도망가는데, 암컷을 쏘면 수컷은 도망가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돈다고 한다. 그래서 잔인한 포경업체들은 암컷을 먼저 쏘아 결국 부부 고래 두 마리를 모두 포획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의 현행법상 고래를 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도 연간 수 백 마리의 고래가 그물에 걸려 잡힌다. 고래가 잡히면 해경에서 검사해 작살 등을 사용한 사냥의 흔적이 있는지 살펴본 후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경매에 붙일 수 있다. 곧 그물에 걸리거나(혼획), 해안가로 떠밀려 올라오거나(좌초), 죽어서 해상에 떠다니는(표류) 고래만 해경 검사를 받은 뒤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밍크고래나 큰 돌고래 등 몸집이 비교적 작으면서도 개체수가 풍부한 고래에만 해당한다. 브라이드고래, 혹등고래 등 멸종위기 보호대상 10종의 고래는 어떤 경우에도 유통할 수 없다.

고래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울산으로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전국에서 잡히는 고래의 거의 대부분은 울산으로 향한다. 울산 장생포에 고래 고기 음식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래 고기는 부위별로 12가지 맛이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생포에는 고래 고기 식당만 있는 게 아니다. 2005년 고래박물관 건립을 시작으로 2008년 고래문화특구 지정,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 등 고래테마 관광인프라가 있다(출처: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등).

고래고기,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고래고기,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귀신고래, 동해안의 손님]

귀신고래는 해안가에 가깝게 사는 고래다. 암초가 많은 곳에서 ‘귀신같이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하여 귀신고래라고 부르게 되었다. 북태평양에서만 산다. 우리나라 동해안에 나타나는 귀신고래 무리는 겨울에는 동해안에서 새끼를 낳고 여름에는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다.

귀신고래는 몸길이가 수컷 13m, 암컷 14m, 몸 무게가 40톤 정도로 수염고래의 일종이다. 입 속에 수염이 있어 물을 걸러내고 남은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 고래이다. 몸 전체가 회색 또는 암회색을 띠고 있어 영미권에서는 ‘회색 고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몸에 붙는 동물이 많아서 그것이 떨어진 자리의 피부에는 흰무늬가 생긴다.

귀신고래는 수온이 5℃∼10℃인 연안에 주로 살며 바다새우, 물고기알, 해삼, 플랑크톤 등을 먹는다. 바다 밑바닥을 훑으며 작은 생물들을 먹는 습관 때문에 바다 밑 침전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시키는 효과가 있어 바다 농부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귀신고래의 임신기간은 1년으로 2년마다 규칙적으로 1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어미는 새끼를 10년 동안 데리고 다니면서 자신들의 소통 언어를 가르치며, 먹이 찾는 법, 무리지어 함께 살아가는 법의 본을 새끼에게 보여준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울산 바닷가가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1962년 우리 정부는 귀신고래(쇠고래, 회색고래)가 회유하는 울산 앞바다를 포함한 동해안 일원을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이라 명명해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했다.

귀신고래가 우리나라에 회유하여 오는 시기는 12∼1월이다. 이 고래는 적당히 찬 바다를 좋아하는 냉수성종으로 여름은 서부 베링해와 북빙양 근해에서 지내고, 겨울은 2∼5마리씩 떼를 지어 남하해 일부는 우리나라에 오지만 대부분은 캘리포니아해안을 따라 멕시코까지 남하한다. 귀신고래는 수온과 먹이를 쫓아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서 회유하는 형식으로 북태평양 전체를 서식지로 하여 살아간다. 회유 거리가 약 2만 킬로에 달한다.

울산 귀신고래 회유 해면은 고래 사냥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는 장소의 한 곳이다. 현재 울산 귀신고래 회유 해면이 속해있는 서부 북태평양과 북대서양의 귀신고래는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고, 동부 북태평양의 귀신고래는 보호와 감시에 의해 멸종 위기를 벗어난 상태이다. 현재 북극해와 베링해 인근에는 약 3만 마리의 귀신고래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동족이 떼죽음을 당했던 동해안에는 잘 나타나고 있지 않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은 2017년 여름 남극해에서 ‘과학 프로그램’ 조사를 이유로 총 333마리의 밍크고래를 사냥했다. 이 중 122마리는 뱃속에 새끼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114마리는 아성체 곧 새끼와 성체의 중간 정도 상태였다. 포획된 고래는 연구 활동 진행 후 식용으로 팔렸다. 이후 일본은 2018년 12월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결정한 후 2019년 7월부터 다시 상업포경을 벌이고 있다(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문화재검색 등). 자국의 식문화를 내세우며 국제적 협약까지 무시하는 일본의 만행은 많은 이들의 비판을 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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