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이야기(석류) 4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이야기(석류) 4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19.08.20 09:00
  • 최종수정 2019.10.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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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가 품은 많은 이야기들

[헬스컨슈머]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하루 3끼로 계산하고, 365일의 1년을 80번정도 반복하게 된다손치면 벌써 87,600끼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들 접하게 되는 이 녀석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밥상머리에서 말해주기 좋은 지식, 이것이 바로 '어른의 교양 이야기'다. 교양은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아름다운 땅에 이르게 하시나니 그곳은 골짜기든지 산지든지 시내와 분천과 샘이 흐르고 밀과 보리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나무와 꿀의 소산지라.”

신명기 8장 7~8절

[풍요와 자비의 상징, 석류]

석류는 성경에 30회 이상 소개되는 성스러운 식물이다. 유대인의 전통에서 석류는 풍요와 사랑의 상징이다. 석류는 많은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에 풍요를 상징한다. 유대인들은 석류가 613개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곧 율법의 개수인 613개에 해당했다. 따라서 석류는 율법의 정신인 ‘체다카’ 곧 의(義)의 상징이기도 했다. 히브리어 ‘체다카’는 공동체 내의 약자를 돌보는 정신인데 정의, 또는 공의로 번역되며 자선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랍비들은 많은 석류 알을 ‘사람이 수많은 선행을 하는 것’에 비유했다.

그래서 9월 말~10월 초, 유대인의 신년인 나팔절에는 석류를 먹는 전통이 있다. 이는 석류 열매 안에 촘촘히 박혀 있는 석류 알맹이만큼이나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시는 수많은 은총이 충실히 열매 맺기를 소망하는 것이자, 1년 365일 매일이 석류 알처럼 체다카를 실천하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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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석류는 영광의 상징]

또 유대인들은 석류 열매꼭지 부분이 왕관을 닮았다고 해서 석류가 영광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로몬성전 제사장의 지팡이에 석류가 장식되어 있고, 성전 앞 두 기둥머리에 각각 석류 이백 개를 만들어 두 줄로 매어 장식을 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냈다.

또한 그들의 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갈 때 석류와 금방울이 달린 옷을 입어 방울소리가 울려 죽지 않으리라고 한 것을 보아도 그들은 석류를 성스러운 나무로 생각했다. 이후 대제사장 옷자락에는 청색, 자색, 홍색실로 수놓은 석류와 금방울이 번갈아 달려있었다고 하는데, 이렇듯 대제사장의 옷에 달려 있는 식물은 석류뿐으로, 최고의 영광을 상징한다.

유대인들은 석류를 먹는 것 이외에도 다방면으로 활용했다. 석류가 다 익은 후 내버려 두면 껍질이 점차 시꺼멓게 변하는데, 유대인들은 이것을 태워 토라를 기록하는 잉크재료로 사용했다. 그리고 석류 껍질에는 탄닌이 28%나 들어 있어 가죽을 무두질하는데 사용되었고, 꽃에 들어 있는 푸시닌 색소는 붉은색 염료로 이용되었다.

이런 역사적 인식은 이스라엘의 역사 내내 계속되었다. 기원전 165년, 하스모니안 왕조가 헬라(그리스) 왕국을 쫓아내고 정권을 되찾은 뒤 석류를 그린 동전을 발행했다. 땅위에 하나님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였다. 유대교 신비주의 종파인 카발라에 따르면, 석류 꼭지의 왕관 문양 6개의 별을 따서 유대교 상징인 다윗의 별이 도안되었다고 한다. 이 도형은 신성한 보호, 방패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국기에 ‘다윗의 별’이 들어가 있다.

 

[그라나다 지명의 유래]

석류는 원래 이란이 원산지로 중동 지역에서 자생하던 식물인데, 아랍인들이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하면서 이를 옮겨 심었다. 이슬람의 최후의 거점이었던 스페인 남부 도시를 그라나다(Granada)로 부르는 것은 그 지역에서 석류(granate, pomegranate)가 많이 재배되어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수류탄(hand grenade) 역시 석류에서 기원했다. 수류탄의 모양이 석류와 비슷하게 생기고 그 안의 수많은 파편은 수백 개의 씨앗을 품은 석류와 닮았으며, 손으로 던지는 유탄이라 하여 수류탄(手榴彈)으로 이름 붙여졌다.

 

[석류꽃에서 유래된 홍일점의 어원]

석류의 꽃말은 원숙미이다. 송나라 재상이자 시인 왕안석은 석류꽃의 아름다움을 ‘짙푸른 잎사귀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꽃’이라고 노래했다. 그의 〈영석류시(詠石廀詩)〉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많은 푸른 잎 가운데 한 송이 붉은 꽃 [萬綠叢中 紅一點(만록총중 홍일점)]

사람을 움직이는 봄빛 많은들 무엇 하리. [動人春色 不須多(동인춘색 불수다)]“

이 구절로 인해 홍일점(紅一點)이 ‘뭇 남성들 틈에 유일한 여자’라는 뜻이 되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석류는 다산의 상징]

한편 석류는 열매가 많아 “다산의 복”을 의미했다. 오늘날에도 유대인들이 초막절을 지킬 때 초막 안에 석류를 집어넣는데 이러한 풍습 역시 “다산”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석류 즙을 마시면 아기를 잘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석류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해 옛날 민화나 혼례복 등에 그 문양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석류를 심으면 자손이 흥하고 부귀가 늘 함께 한다고 하여 양지바른 정원에 석류를 즐겨 심었다.

 

[여성의 과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성분 함유]

석류는 비타민 A부터 E까지 다양한 비타민과 칼륨·철분·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리고 폴리페놀· 엘라지탄닌· 갈로탄닌· 푸니칼라진· 엘라직산· 안토시아닌 등의 항산화물질이 많아 면역력 증진은 물론 피부노화를 막아준다. 또 석류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이 혈액 속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해 혈액을 깨끗하게 하여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특히 씨앗을 싸고 있는 막에 천연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여성의 과일'이라고 불린다. 실제로 중국 양귀비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석류를 반쪽씩 먹으며 석류의 효능을 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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