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이야기(무화과) 5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이야기(무화과) 5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19.08.27 13:00
  • 최종수정 2019.10.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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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라 무화과였다

[헬스컨슈머]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하루 3끼로 계산하고, 365일의 1년을 80번정도 반복하게 된다손치면 벌써 87,600끼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들 접하게 되는 이 녀석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밥상머리에서 말해주기 좋은 지식, 이것이 바로 '어른의 교양 이야기'다. 교양은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땅에 내려 주신, 축복받은 일곱 가지 식물 중 하나가 무화과이다. 축복받은 일곱 가지 식물이란 무화과를 비롯해 포도, 밀, 보리, 석류, 올리브, 대추야자(꿀)를 뜻한다(신명기 8,7-8).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아름다운 땅에 이르게 하시나니 그곳은 골짜기든지 산지든지 시내와 분천과 샘이 흐르고 밀과 보리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나무와 꿀의 소산지라.”

 

[축복의 상징이자 저주받은 식물, 무화과]

성경에서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종종 언급되는 무화과나무는 동시에 저주 받은 식물이기도 했다. 마태복음 21:18-22 절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이튿날 아침에 예수께서 성안으로 들어오시다가, 마침 시장하시던 참에 길가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을 보시고 그리로 가셨다. 그러나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 나무를 향하여 "이제부터 너는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무화과나무는 곧 말라버렸다.

제자들이 보고 이상히 여겨 가로되 “무화과나무가 어찌하여 곧 말랐나이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너희가 믿음이 있고 의심치 아니하면 이 무화과나무에게 된 이런 일 뿐 아니라 이 산더러 들려 바다에 던지우라 하여도 될 것이요 너희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 하시니라."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이렇듯 그리스도께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실 정도로 무화과는 성경과 관계가 깊은 과일이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라 무화과다]

또 유대교 경전 미드라시에 따르면 에덴동산에 있었던 지혜의 나무 열매인 선악과가 바로 무화과였다.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인류 최초의 나무인 셈이다. 무화과는 또 생명의 열매라고도 불린다. 선악과를 따 먹은 아담과 이브가 수치심을 느끼고 옷 대신 입은 것이 무화과나무의 잎이다. 미켈란젤로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그림에서 지혜의 나무를 무화과나무로 표현했다.

지금도 화가들은 회화나 조각상에서 나체를 묘사하다가, 국부를 대놓고 묘사하기 곤란할 경우 그 부위에 무화과 잎을 덮기도 한다. 그래서 무화과 잎을 뜻하는 'fig leaf'에는 보이지 않도록 하는 가리개를 뜻하기도 한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미켈란젤로의 에덴동산', 자료제공: 시스티나성당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미켈란젤로의 에덴동산', 자료제공: 시스티나 성당

 

[무화과(無花果)도 사실 꽃은 핀다]

무화과(無花果)는 꽃이 피지 않는 과일이라고 해서 없을 무(無) 꽃 화(花) 열매 과(果)를 써 무화과라고 부른다. 하지만 꽃이 피지 않고 과일을 맺는 나무가 과연 있을까?

실제로 무화과 꽃은 열매 안에서 피기 때문에 다만 밖에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무화과는 열매처럼 생겼지만 속의 먹는 부분이 꽃이다. 곧 열매처럼 생긴 껍질이 꽃받침이며, 내부의 붉은 융털 달린 것들이 꽃이다. 무화과 열매는 꽃인 동시에 열매이다.

무화과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암수 나무 사이를 오가며 열매 내부의 무화과 꽃들을 수정시켜 주는 2mm가 채 안 되는 아주 작은 벌이 따로 있다. 이른바 ‘무화과나무 벌’이다. 이 벌이 열매 속에 빽빽한 꽃들에 닿기 위해서는 유일한 입구인 열매 밑둥의 매우 작은 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의 나비나 벌들은 무화과 꽃의 꿀을 따먹을 엄두를 못 낸다. 다만 무화과와 공생하도록 특별하게 진화된 초소형 무화과나무 벌만이 열매 속으로 기어들어가 꽃들을 수정시켜 준다.

수정된 무화과는 수정되지 않은 무화과와 외관상으로는 별로 차이가 없다. 껍질이 꽃받침이니 변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열매를 갈라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는데, 갈라서 보면 촘촘한 꽃들과 딸기 씨앗마냥 자글자글한 알맹이들이 있다. 이것이 무화과의 열매이자 씨앗이다. 수정된 열매가 충분히 익으면 꽃받침이 갈라지고 벌어져서 씨앗을 퍼트릴 준비를 한다. 이 열매를 이제 다른 동물이나 곤충들이 먹으면서 무화과를 퍼트린다.

국내에는 수컷무화과인 카프리와 무화과말벌이 없기에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열매가 어떻게 생기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현상을 단위결과(單爲結果), 즉 ‘홀로 열매를 맺는 것’이라 한다.

이는 사실 자연계에서 꽤 흔한 현상으로, 그 대표적인 예가 감귤이다. 다만 수정된 무화과는 수정이 되지 않는 무화과에 비해 속이 알차지기에 중량과 크기가 늘어나고, 맛이 더 좋아져 상품성이 올라간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무화과 품질개량을 통한 상업화를 위해 수컷무화과인 카프리와 무화과말벌을 도입했다.

 

[무화과나무와 무화과말벌의 공생관계]

이렇듯 무화과말벌이 무화과나무 전용 중매쟁이인데, 둘의 공생관계가 흥미롭다. 꽃가루를 묻힌 암컷 말벌이 무화과 중앙에 배꼽처럼 생긴 작은 구멍 안으로 들어가 알을 낳는다. 말벌이 무화과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 이유는 말벌이 작은 틈새로 들어갈 때 날개와 더듬이가 부러지기 때문이다. 꽃 안으로 들어간 말벌은 알을 낳고는 그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특이한 것은 이렇게 낳은 알 중에서도 수컷 말벌이 먼저 깨어나는데, 수컷 말벌은 눈과 다리가 퇴화되고 날개가 없는 대신 턱이 발달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암컷 말벌의 알을 깨고 암컷 말벌과 짝짓기를 한다. 눈도 어둡고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수컷 말벌은 무화과 꽃 안에서 태어나 무화과 꽃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다만 마지막으로 암컷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출구를 넓혀놓고서야 숨을 거둔다.

암컷 말벌은 수정이 되어 깨어나 자라면서 벌어진 무화과를 벗어나 다른 무화과로 이동해 다시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무화과는 무화과말벌에게 서식처와 먹을 것을 제공하고, 무화과말벌은 무화과의 꽃가루받이를 돕는 삶이 반복되기에 인간이 맛있는 무화과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신의 섭리이자 자연의 경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동의보감에도 등장하는 과일]

무화과는 뽕나무과의 다년생 야생지 과일로 원산지는 터키 카리카(carica)로 이 지명을 따서 학명(Ficus carica)이 붙여졌다. 서구에서는 성스러운 과일이라 성탄절 전후에 즐겨먹는다. 무화과는 동의보감에도 등장하는 과일로, 이미 오래 전에 중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과일과 약재로 소비가 많았다.

무화과는 기본적으로 따듯한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예전부터 남해안 일대에서 많이 자생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전남 영암군이 무화과 산지로 유명하다.

 

[무화과의 건강상 효능]

무화과는 다육질의 껍질 안에 꽃과 씨가 함께 들어있는 열매라 영양가가 높을 뿐 아니라 섬유질이 풍부하며 마그네슘, 망간, 칼슘, 구리, 칼륨 뿐 아니라 비타민 K와 B6를 포함한 여러 필수 미네랄의 좋은 공급원이다. 오래 보관할 목적 외에도 무화과를 건조시키면 영양가가 더욱 증가한다. 건조시킨 무화과에는 강력한 항산화제가 함유되어 있어 질병에 적극적으로 대항한다.

또한 무화과에는 식이섬유도 풍부해 장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레스베라트롤 성분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해 비만을 예방하여 체중관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무화과 추출물과 말린 무화과는 혈압을 낮추어 심장을 보호하고, 신장과 간 기능을 조절하며, 황반 변성의 발생률을 낮추며, 폐경 후 유방암을 억제하는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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