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김) 17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김) 17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19.11.19 09:00
  • 최종수정 2019.11.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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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K-김!

[헬스컨슈머]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하루 3끼로 계산하고, 365일의 1년을 80번정도 반복하게 된다손치면 벌써 87,600끼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들 접하게 되는 이 녀석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밥상머리에서 말해주기 좋은 지식, 이것이 바로 '어른의 교양 이야기'다. 교양은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김 수출국이다. 한국의 김 수출은 조미김 수출 덕분에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2010년, 김 수출액 1억 달러를 달성한 후 수출실적이 연평균 30%씩 증가해 2015년에는 수출액이 3억 달러를 돌파하고, 지난해에는 무려 5억 달러를 넘어섰다. 8년 사이에 5배나 늘어난 이 수치는, 우리나라의 김 수출이 굉장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효자상품 김, 너는 누구냐?]

김은 미역과 더불어 대표적인 해조류이며, 1~2층의 세포로 된 얇은 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는 물속 바위 등에 이끼 모양으로 붙어사는데, 자연산으로는 그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 일찍부터 양식이 이루어졌다.

사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김은, 세계에서 한중일 3개 국만 먹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사실은 몇 군데 더 있다). 또한 주로 밥반찬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는 나라로의 수출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게다가 서양인은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Sea weed)라 부르며 혐오식품으로 생각한다. 여기엔 김도 예외는 아니어서 블랙 페이퍼(Black Paper)라고 부르는 혐오식품이었다.

이런 상황이 바뀌는 데는 한류 열풍이 크게 한몫했다. 김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부터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이다. 최근에는 김이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에서 팝콘이나 감자스낵을 대신하는 건강간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은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 비타민 함량이 높은 ‘웰빙 식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김을 수출하는 국가는 총 90개국에 달한다. 이 정도면 K-팝 부럽지 않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의 놀라운 효능]

김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불릴 만큼 비타민, 무기질을 고루 갖추고 있는 바다의 보물이다. 특히 시력에 좋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리보플라신, 나이아신, 비타민 C 또한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요오드, 칼슘, 인, 철분 등 무기질 또한 풍부하다.

또한 김은 이러한 풍부한 영양소 외에도 뛰어난 의학적 효능을 보인다. 우선 김은 칼로리가 낮고 풍부한 미네랄이 지방이 쌓이는 걸 억제해 다이어트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더욱이 김에 다량 함유된 식이섬유와 칼륨은 장운동 활성화는 물론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 효능이 있는데,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인 포피란 성분은 노폐물을 흡착해 밖으로 내보내는 활동을 한다. 덕분에 체내 요산은 물론 대장 내 발암물질까지 배출하는 효과가 있어 통풍과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 또한 김 속의 플로로타닌 성분은 종양과 암세포 그리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안티바이러스로 작용하여 함암과 항바이러스 효과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 꽤 길게 썼지만, 김의 탁월한 효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속의 칼륨은 혈압을 내리는 효능이 있어 고혈압에 좋다. 아울러 칼슘 함유량 또한 많아 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김 속의 알기네니트 성분이 위장과 췌장 기능을 향상시킨다. 그 외 심장건강, 신경 질환치료, 당뇨예방, 피부건강, 간 보호효과 등 여러 이로운 효능이 줄줄이 나열되니, 일단 먹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에는 김 속의 요오드 성분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보건의료 전문인들은 아토피와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비싼 약을 사먹기 전에 미역국과 김부터 꾸준히 먹어보면 놀라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한국의 조미김 상품, 사진제공: 팔도
한국의 조미김 상품, 사진제공: 팔도

[세계인이 놀란 조미김]

김 제품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김 해초를 얇게 펴서 말린 뒤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절단한 마른김 (2)마른김을 더 작게 잘라서 기름과 소금을 가미한 조미김 (3)마른김을 가공한 김 스낵 과자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 우리나라는 조미김 시장의 최고 강자이다.

일본 조미김은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내 일본 사람 입맛엔 맞을지 몰라도 외국인 입맛엔 맞지 않아 세계화에 실패했다. 반면 고소한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과 소금으로 맛을 낸 조미김은 외국, 특히 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우리 김의 최대 수출시장일 정도이다.

유튜브에도 ‘김 스낵’이란 제목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김을 소개하면서 김 제품들을 먹는 ‘먹방’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또한 헐리웃 배우 휴 잭맨의 어린 딸이 김을 손에 쥐고 과자처럼 먹는 사진도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사실 김은 우리에게야 너무나 익숙하다지만, 다른 국민들에게는 특이한 식품에 불과했다. 덕분에 김에 얽힌 재미난 일화도 많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해안 지방에 있던 한 미국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에게 반찬으로 김을 주었다고 한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전범재판이 열렸을 때 미군 측에서 포로 학대 혐의를 제기했는데, 그 증거로 나온 것이 포로들에게 강제로 먹였던 검은 종이(김)였다고 한다. 역시 문화적 차이란건 굉장한 장벽인가보다.

실제 김 제조 과정, 이렇게 보면 포로 학대라고 오해할만도 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실제 김 제조 과정, 이렇게 보면 포로 학대라고 오해할만도 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의 유래]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김을 먹었을까? 국내에서 김이 기록된 최초의 문헌은 ‘삼국유사’로, 신라 때부터 김을 복쌈(복리·福裏)이라 불렀다고 나와있다. 즉,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부터 이미 김을 먹기 시작했다.

그 뒤 본격적으로 김을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은 15세기 초 경남 관찰사 하연의 ‘경상도지리지’에 등장한다. 이 기록에 따르면 김은 경남 하동 지방에서 토산품으로 분류된다. 지역 구전에 의하면, 그때로부터 300여 년 전 한 할머니가 섬진강 어귀에서 조개를 채취하다 우연히 김을 먹어보게 되었다고 한다. 막상 먹어보니 맛이 좋아 대나무를 물속에 박아 김을 모았는데, 이것이 김 양식의 시초라는 이야기다.

또한 1429년 ‘세종실록’에도 명나라에 보내는 진상품목으로 ‘해의(海衣)’가 기록되어 있고 1456년 ‘조선실록’에도 무역품목에 해의가 있다. 이러한 기록들 속의 ‘해의’, ‘자채(紫菜)’, ‘해태(海苔)’, ‘파래’가 바로 김을 의미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어의 의미는 지역별로 변형이 되었고, 현재 ‘자채’는 중국에서, ‘해태’는 일본에서 각각 김이라는 뜻으로 쓰인다(중국에서 ‘해태’는 ‘미역’을 의미한다).

1481년 집필된 ‘동국여지승람’에는 김이 전남 광양군 태인도 특산품으로 기록돼 있어, 김의 양식이 그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김을 최초로 양식해 건조하는 방법을 개발한 사람은 전남 광양에 살던 김여익(金汝翼)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김여익이 조선 16대 임금인 인조에게 손수 만든 해산물을 진상했는데, 수라상에 새까맣고 종이 같은 반찬이 나오자 어리둥절해하던 인조는 한 번 먹어보고 맛이 좋으니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무도 이름을 몰라, 결국 한 신하가 “광양 땅에 사는 김 아무개가 만든 음식입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러자 인조는 그 자리에서 “그럼 앞으로 이 ‘바다풀’을 그 사람의 성을 따서 ‘김’으로 부르도록 해라”고 명해 ‘김’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 김이 독보적인 이유]

다른 나라 김보다 우리 김이 맛있는 이유는 까다로운 생산조건 때문이다. 김은 청정지역에서만 생산된다. 오염된 지역일 경우 생산도 어렵고, 설사 생산했다 해도 품질이 떨어진다. 거기에 적당량의 일조량, 적당한 밀물과 적당한 온도가 이루어져야 최고의 맛이 나온다. 또한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갯벌이 잘 발달했다. 갯벌양식을 하는 우리 김은 갯벌의 영양분을 흡수해 영양과 맛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그게 비결의 끝일까? 아니다, 숨은 비결은 조미기술이다. 우리나라의 조미김은 참기름으로 풍미를 더하고, 질 좋은 소금으로 간을 맞춰 바삭한 식감과 고소 짭잘한 맛으로 맥주 안주나 아이들 간식으로 제격이다. 이 같은 조미기술은 일본이나 중국은 흉내 내기 어려운 우리나라만의 독보적 기술이다. 게다가 ‘Healthy Snacker(건강한 스낵을 즐기는 사람)라고 부르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 건강식품인 김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태국이 우리 김과 중국 김을 수입해 조미김과 김과자를 만들어 수출시장에서 우리를 맹추격해오고 있다.

과거 1960년대 초 우리나라가 참으로 못살았을 때 김이 수출효자 품목으로 당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5%까지 차지한 적도 있었다. 그런 김이 현재도 우리 어민들의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제 김은 인삼보다도 수출액이 많아지면서 세계인의 기호식품이 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가고 있다. 김을 드실 때 가끔 효자수출품목인 김 이야기를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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