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구황작물) 48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 이야기(구황작물) 48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20.07.07 09:00
  • 최종수정 2020.07.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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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이후 그토록 찾고자 원했던 후춧가루는 비록 못 찾았지만 인류를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식량들을 찾아냈다.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고구마’가 그것이다. 이를 3대 구황작물이라 부른다. 구황작물이란 나쁜 기상조건으로 일반적인 주식이 되는 벼나 밀 등이 흉작인 경우에도 상당한 수확을 얻을 수 있는 작물을 뜻한다.

[신대륙의 식량, 옥수수]

초기 아메리카 신대륙 이민자들을 기아의 공포에서 구해준 것이 옥수수였다. 그들이 막막함에 두려워 떨 때 인디언들이 친절하게 옥수수를 나누어주며 이를 키우는 법까지 가르쳐주며 이들의 정착을 도왔다. 이후 옥수수는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작물이 되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생산되는 작물이 옥수수이다.

옥수수의 빠른 생육

밀이나 쌀, 보리 같은 작물은 생육 기간이 길다. 씨를 심어서 곡식을 거둘 때까지 보통 6개월은 지나야 한다. 더군다나 생육 조건이 까다로워 일정 기간 햇빛이 필요하고 너무 추운 고산지방에서는 농사를 짓기 힘들다. 반면에 구황작물은 수확기간이 짧다. 그래서 흉작이 들었을 때 대체작물로 적격이다. 특히 옥수수는 토질, 수질을 가리지 않아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험한 산간지방에서도 재배했다. 게다가 쌀이나 밀과는 달리 복잡한 가공과정 없이 그대로 삶아 먹거나 구워 먹을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옥수수의 엄청난 지력 소모

하지만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있다. 옥수수는 어마어마한 지력 소모로 연작은 피해야 한다. 옥수수의 원산지인 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우 옥수수 밭 근처에 콩밭이 꼭 있다. 해마다 옥수수와 콩을 번갈아 재배한다. 콩이 옥수수를 재배한 토지에 질소와 영양분을 다시 공급해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경우 옥수수와 대두를 번갈아 심는다.

이러한 지력소모 문제를 일찍 인식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옥수수를 콩, 호박과 같이 심는 농법으로 지력을 보충했다. 이를 세 자매(Three Sisters) 농법이라 불리는 그 원리는 간단하다. 콩을 옥수수를 지지대 삼아 자라게 하면 따로 지지대를 만들어 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콩은 질소를 배출하여 옥수수가 소모하는 지력을 회복시켜주며, 바닥에 깔린 호박은 자연그늘을 만들어 잡초가 자랄 빛을 차단함과 동시에 토질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한반도에 도입된 옥수수

옥수수의 재배는 1700년대 초엽부터 명나라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문헌에 처음 나오는 기록은 1766년의 <증보산림경제>에 그 이름이 보인다. 옥수수라는 이름은 전체 모습이 수수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알갱이가 옥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구황작물의 대표주자, 감자]

옥수수가 구황작물인 동시에 세계 3대 작물이라지만, 감자 역시 그 위상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구황작물이라는 타이틀에서는 감자를 능가할 것이 없다.

감자의 강인함

감자의 가장 큰 특징은 질소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물 중에서 토양에 질소가 아예 없다시피 해도 키울 수 있는 작물은 감자밖에 없다. 게다가 추운 고원지대가 원산인지라, 춥고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더 잘 자란다.

유럽으로 건너간 감자는 처음에는 천덕꾸러기였다가 훗날 기근에 허덕이는 유럽인들을 기아에서 구해주었다. 감자는 우리나라에서도 구황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825년경 산삼을 찾기 위해 함경도에 숨어 들어온 청나라 사람들이 감자를 들여와 경작하면서부터 기후조건상 쌀농사가 힘들었던 북부지역의 주 경작물이 되었다. 함흥에서 감자녹말로 만든 ‘농막국수’ 곧 함흥냉면이 유명한 이유이다.

함경도 이후 강원도가 감자재배로 유명해졌는데, 이는 1920년대 독일인 매그린이 강원도 회양군 난곡면에 거주하면서 개발한 품종 ‘난곡’이 대규모로 재배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강원도에는 화전민이 약 35만 명으로 도내 인구의 1/4에 달했는데, 감자가 유럽의 가난한 농민들을 기아에서 살렸던 것처럼 화전민들의 먹거리를 해결해주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고구마, 최고 효율의 식량]

현재 세계 인구는 약 78억 명인데 2050년에는 98억 명으로 불어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들을 먹여 살릴 식량은 태부족해 지금도 10억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UN은 식량부족현상이 식량전쟁으로 치달을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결국 식량생산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농학자들은 인류를 구할 최후의 식량으로 고구마를 꼽았다. 이유는 고구마가 ‘단위면적(1000m²) 당 최고의 부양인구를 먹여 살리는 탄수화물’이라는 것이다. 옥수수는 연 1명, 밀은 1.6명, 쌀은 2.4명을 부양하는데 비해 고구마는 3.9명을 부양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고구마는 척박한 토양은 물론 염분지대와 오염지역에서도 잘 자라며, 비료와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식물로 앞으로 사막화 방지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칼륨 등이 풍부한 최고 건강식 식으로 꼽히고 있어 노화방지와 다이어트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구마는 고구마씨로 번식시킬 수도 있으나 보통 줄기 곧 고구마 순이라 불리는 부분을 잘라 땅에 심어 번식시킨다. 그리고 열매가 아닌 덩이뿌리를 수확하는 것이기에 딱히 정해진 수확 철이 없다. 심는 때를 달리하여 인위적으로 수확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심은 뒤 약 4개월쯤 후에 수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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